규혁은 그날 이후로 잠들지 못했다. 도윤이 떠난 지 벌써 한 달째였다. 겨우 눈을 붙이고 잠드는 게 길면 한 시간쯤일까. 오히려 그에겐 잘된 일이었다. 자는 시간을 전부 투자해 일을 처리하면 밀려오는 허함을 느낄 새도 없이 하루가 지나갈 뿐이었다. 바쁜 게 도움이 되어 도윤을 생각하지 않게 되는 것.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 보이는 규혁의 일상은 이미 망가진 ...
WBS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이곳 WBS에는 촬영 관계자를 위한 특별한 규칙들이 존재합니다. 늦은 시간까지 고생한 당신을 위한 것이므로 필히 따라주시기를 바랍니다. 생각해보면 유독 이상한 날이었다. 촬영 스케줄로 방송국에 도착한 것은 점심 즈음이었는데, 촬영 장비가 터지고 제때 도착하지 못하는 다른 배우 덕분에 녹화는 밤까지 이어지고 말았다. ...
"누나. 저 도윤이에요." 내리는 함박눈을 보며 도윤은 주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벗어나지 못한 문 앞에서 언제까지고 있을 수는 없어서, 저를 도와줄 사람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규혁의 품에서 떠나기로 한 이상 그에게 받은 모든 걸 이곳에 두고 갈 생각이었다. 정작 두고 갈 수 있을 크기로 받은 것은 핸드폰 하나뿐이지만. 금방 도윤의 전화를 받은 주영은 방 ...
시끄러웠던 날이 지나고, 일상은 평소와 같이 돌아왔다. 달라진 게 있다면 집에 손님이 자주 온다는 것과 더는 함께 식사하지 않게 됐다는 것일까. 규혁의 얼굴을 보지 못한지 몇 달이 지나고 있는 나날. 도윤은 생각에 빠진 채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2층 중앙에 놓인 소파에 무기력하게 누운 그는 찬 바람을 맞으며 여유로움에 절여져 갔다. 정작 평화로움을...
거칠게 달려든 혜성에 의해 바닥에 누워 양팔을 포박당한 도윤의 얼굴엔 낭패감이 가득했다. 반쯤 녹아내린 화장 아래의 창백한 피부와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덧씌운 인간의 거죽이 벗겨지자, 그는 다른 무엇보다 두려움에 제일 먼저 잠식됐다. 위험한 상황이라는 사실이 뒷전으로 될 만큼의 공포였다. "이게 좀비가 아니라고?" 비아냥...
렌즈를 갈아 끼우는 건 오래 걸리지 않는 일이었다. 주영이 내려가고 바로 뒤를 따라 내려간 도윤은 부엌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소리에 걸음을 멈췄다. 여유로운 규혁의 목소리와 달리 무언가를 피력하는 듯 조금 높아진 목소리의 주영까지. 자세한 말이 들리지 않아 느릿하게 그들에게로 다가가는 도중, 도윤은 제대로 들려온 한 마디에 귀를 기울였다. 전 좀비가 싫어요...
생소하게 느껴지는 약품의 냄새를 뒤로한 채 자리에서 일어난 도윤은 익숙하게 여러 검사를 받기 시작했다. 첫걸음마를 하는 아이처럼 봉을 잡고 걷는다던가, 건강검진을 하는 것처럼 시력을 잰다던가. 평범한 일을 하며 지나는 복도에는 기괴한 이들이 그와 같은 일을 하고 있었다. 애초에 기괴함은 '인간'의 기준이었을 뿐이었지만 말이다. 혈색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창...
본격적인 상위권 경선이 시작되기 전, 각 멤버들에게 내려온 깜짝 미션이 발표됐다. 딱 하루 간의 일상을 브이로그 형식으로 카메라에 직접 담아 주세요! 일명 하루를 보여줘라는 자유로운 미션이 내려오자 도윤은 멍하니 소파에 기대어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하루를 담는 것쯤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악기를 만지거나 연습을 하거나. 물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프...
-영드 인 더 플레쉬 설정 차용. 관련 설명 전부 나옵니다. -좀비, 고어적 묘사가 있습니다. 그날의 일은 아직까지 잊을 수 없는 꿈과 같았다. 이규혁에게 삶이란, 오롯이 한도윤이 선사해 준 것이었기에. 세상이 좀비로 가득 찼다는 말은 영화에서나 나올 얘기라고 생각했었다. 순식간에 확산한 팬데믹 상황은 사람들을 좀먹었고, 죽여나갔다. 그것은 어린 규혁에게도...
여름이 전부 지났을 무렵이었다. 병원을 나서자 미지근한 바람이 불어왔다. 마치 퇴원을 축하한다는 듯, 부드럽게 머리칼을 훑은 느낌이 썩 나쁘지 않았다. 한산한 병원 앞에서 잠시 바람을 즐기던 한도윤은 멍한 표정을 지울 수 없었다. 오늘 데리러 갈 테니까 기다려. 며칠 전 다정한 약속을 건넨 그가, 정말로 병원 앞에 있었다. "도윤아." "……형?" "먼저 ...
NOVEL ∥내키는걸 씁니다. 문의는 메시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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