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를 치우는 취미는 없다. 시체를 버리는 일이라면 몰라도, 어째서 홍가의 2인자씩이나 된 자신이 직접 시체를 치워야 하는가. 그러나 운명은 얄궂을 뿐이었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거쳐야 할 길에 거슬리는 피 웅덩이가 생겨 있었다. 그 가운데에 웅크려 죽어가는 한 남자를 주운 것은, 그저 나부생의 작은 변덕이었다. GUN DANCE 홀로 추는 춤 피에 ...
홍취침주: 기러기의 솜털이 배를 가라앉힌다는 뜻으로, 작은 것도 많이 싸이면 큰 힘이 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 홍취침주 鴻毳沈舟 부생한천 근경수현 교류회 * 갑작스럽게 세상이 뒤집혔다. 말 그대로 뒤집힌 세상, 그 속은 비명과 혼란의 연속이었다. 멀쩡히 걸어 다니던 길이 솟아올라 울퉁불퉁한 지반이 눈앞을 가렸다. 마을 곳곳을 이어주던 도로가 무너지고 그 ...
역전하는 사랑과 당신 Reversing love and you 나근경 罗勤耕 x 양수현 杨修贤 근경수현 교류회 - 13분의 세레나데 예술가 나근경 / 조폭 양수현 동강에서 제일 큰 저택이 무엇인지 알고 있어? 시끄러운 술집의 공통된 주제는 언제나 같은 패턴이었다. 이곳에 오래 살고 있던 사람이라면 쉽게 대답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고개를 갸웃거릴...
오늘 션웨이의 퇴근은 평소보다 이른 시각이었다. 이것저것 들고 있던 자료를 내려두고 강의 끝이라는 말을 꺼내자마자 화면에 떠 있던 많은 얼굴이 사라졌다. 새학기이자 사이버 강의가 시작된 지 오늘로 삼일 차. 조금 흘러내린 안경을 올리며 마지막까지 방을 지킨 그는 뒤늦게 창을 껐다. 컴퓨터를 홀로 다루는 일은 꽤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곁에서 도와줄 리첸이 ...
진혼등의 빛은 꺼지지 않는다. 심지가 존재하는 한은 절대로, 그랬을 터인데. 그럴 수 없을 일이 벌어지는 건 순간이었다. 세상이 어둡고, 살아있는 것들이 사라졌다 생각될 만큼 조용한 곳에서 눈을 뜬 남자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며 눈을 깜빡였다. "이게 무슨." 자오윈란은 몸을 일으킬 수 없었다. 일상이 되었던 고통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인식하기엔 정신이 들지...
그새 날이 더워졌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흐를 날씨에 줄곧 에어컨을 틀어둔 특조처는 느긋하게 굴러가고 있었다. 이렇다 할 사건이 벌어지지 않은 지도 몇 주째다. 널찍한 소파에 드러누워 시간을 보내는 것도 한계가 있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핸드폰을 만지작대던 이곳의 대장은 크게 하품을 했다. 가만히 있는 게 재미없다. 지루함에 핸드폰을 아무 ...
도윤은 규혁과 함께 서울로 올라갈 수 없었다. 둘만의 시간을 만끽하고 부산에 도착했을 때 해가 진 탓에, 무엇보다 급한 일을 해야 했던 도윤은 홀로 인하의 집으로 향했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주영이 퍽 긴장한 얼굴로 그를 맞이했지만, 곧이어 잘 됐다는 말을 듣고 웃음을 흘린 것은 절대 잊지 못할 일 중 하나였다. 약을 맞고 직접 편의점에 들러 아르바이트를 정...
카페를 등지고 나오자마자 도윤의 걸음이 빨라졌다. 개미 하나 보이지 않는 조용한 거리는 번화가와 다를 게 없어, 그를 이상하게 바라보는 사람은 없었다. 입을 막고 급히 뛰어간 연습실의 문은 예상외로 열린 채였다. 환하게 불이 켜진 안으로 들어서자 아무도 없을 거라 생각했던 곳에는 익숙한 인영이 그를 반겼다. "도윤이야?" "영이 누나." "세상에, 혹시 몰...
총소리에 귀가 먹어 듣고 싶은 대로 들은 게 아닌가? 애초에 규혁은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오디션에 연관되어있는 사람도 아닐뿐더러, 서울에 있어야 할 이가 부산에 있으리라고는 쉽게 생각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둘의 마지막은……. 도윤이 다시 앞을 바라보자 허상 같은 규혁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제일 먼저 보인 것은 그의 손에 들린 총이었다. 망설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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